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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앙드레김과 무외보시의 삶

큰 별이 하나 졌다.
우리들에게 어눌한 말투와, 하얀 예복, 그리고 김봉남이라는 곤욕의 이름으로 상징되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 그는 못먹고 살던 1960년대, 패션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개척자이자,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 아름다운 드자~이너였다. 칠순의 나이에도 자신의 삶에 모든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 부은 그는 아름다왔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아름다운 것은 그가 늘 사람들에게 베푼 따뜻한 마음 씀씀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두려움과 고통을 없애주는 것을 불가(佛家)에서는 무외보시(無畏布施)라고 한단다. 두려움이란, 단순히 배고픔과 폭력만이 아니라, 남들이 자신에게 갖는 부담감도 포함될 것이다. 누군가 나를 어렵게 대하고, 가까이 하기에도 두렵고 떨리고, 내 앞에서는 아무런 말도 함부로 하지 못하며 내 눈치를 살피면, 나는 이미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나는 나의 권력과 아집속에 갇히기 시작하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아부하는 사람, 왜곡하는 사람, 사기치는 사람들 속에 포위 당하게 된다.


그러나, 무외보시를 실천한 사람은 사람들이 자신을 개그 소재로 흉내내고 희화화해도 항상 이해하고 웃으며, 톱스타부터 어린아이들까지 아무때나 찾아도 항상 성의를 다해 설명하고 답변해주며, 생일을 기억해주고,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 준다.  자신의 명성과 돈으로 다른 사람을 두렵게 하지 않는다. 앙드레김은 그런 무외보시를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대부분의 구시대의 성공자들이 낡은 성공의 관습과 권위에 올라 시대에 어울리지 못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칠순의 나이에도 늘 젊은이들의 문화와 젊은 행동에 관심을 보였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애썼다. 보청기를 끼고도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유머와 예의, 격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시대와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상업적인 성공이 아니라, 문화적 성숙과 인격적 완성을 통해 명예로 태어난다.  권력과 돈으로 모든 가치가 획일화 되어가는 요즘 세상에서, 낡은 60년대 세대에서 첨단의 현대까지 무외보시를 실천하며, 끝까지 우리를 웃기고 아름답게 만들어준 앙드레 김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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